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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오름 지하요새 - 김진길
절절 끓어오르는 용암을게워 내면
뼈 아린 기억쯤은 해조음에 묻힐까
오름의 다친 폐부로 차오르는 매운 공기.
해풍 한 번 일 때마다 가쁜 숨 몰아쉬며
몇 날을 마른기침에 뒤척이던 가마오름*
동굴 속 조선 청년은 불새처럼 날 수 있을까.
미처 헤아리지 못한 상처 앞에 다시 선다
어둠을 콕콕 찍는 핏물 괸 곡괭이 소리
일군(日軍)의 깃발은 져도 섬은 아직 쩡쩡 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주둔했던 미로형 요새지대로
제주도에 위치하고 있으며,조선 청년들의 강제 노역으로 토굴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