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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봉암에서 쓰는 편지 - 서연정
밤에도 멈출 것 같지 않은 사람의 행렬이다
이른 꽃처럼 피어 있는 산등성이 잔설 속을
가 닿고 싶은 데 있어 나부끼는 타르쵸들
만복을 발원하던 아귀의 몸 잠시 접고
바람이 큰소리로 읽어 주기를 바란다
정결한 기도문 한 장 창공 멀리 흩날리며
문 밖에 서로를 두고 흘겨보는 눈초리
감당도 발설도 어려워 벅찬 것들
몸살로 시작되면서 붉은 열꽃 터진다
팬이 흔들리면 몇 번이고 다시 쓴다
찬물에 손 씻고 더 공손한 가슴으로
해 종일 꿈을 박음질하는
타르쵸* 재봉사처럼
*타르쵸 : 경전을 적은 티벳의 오색 깃발. 파란색은 하늘, 노란색은 땅,
빨간색은 불, 흰색은 구름, 초록색은 바다를 상징. 우주의 5
원소인 바, 모든 생명의 근원과 신성을 상징한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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