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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 임삼규
세상이 잠든 사이 몰려든 점령군들
마을을 에워싸고 골목까지 쫓아온다
동구 밖 당산 나무를 소리없이 해치우고.
강요된 침묵보다 무서운게 또 있을까
촘촘한 그물 안에 시간마저 가둬 놓고
어둠을 덧칠해 가며 억지잠을 재운다.
눈빛을 번뜩이며 오금을 박아대도
목이 긴 새벽 닭이 조심조심 홰를 치면
걸었던 빗장을 푸는 싱그러운 햇살들.
바람이 수런수런 갈대숲을 건너 온다
무채색 수묵화가 가을빛에 물이 들고
하늘이 푸르다는 걸 풀잎들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