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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이 지는 밤에 - 최길하
손등에 "차곰 차곰"
스미는 꽃살무늬,
내 몸 속, 깊은 어귀
샛강을 따라와서
아련히
잊혀진 길을
이어놓는 4월.
그리움은 멀리 두어야
단물로 익는다지만,
이제껏 마음 한 귀에
섬돌로 고여놓고
계절이
오갈 때 마다
바람결로 쓸었네.
이렇게 나무들도
주체 못 하는 봄밤엔
새로 낸 텃밭머리
아기노루 다녀가듯
가슴에
묻어야 할 언약
발자욱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