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자리 - 김진길
중동부 험산준령을 힘겹게 올라 타면
철가시 병풍너머로 드리운 적막을 깨고
견공이 맨발로 나와 꼬리치며 반긴다.
전망대 유리벽으로 한걸음 내달으면
밟힐 듯 북녘땅이 시야에 들어오고
금성천 푸른 물결은 하염없이 흐른다.
무심코 가곡 한 소절 코속에 담았다가
치솟는 용암덩어리 식히려 눈감으니
어느새 그 옛날 비목캐던 소초장이 서 있다.
잠시 후 수묵화가 나타나 붓을 잡으면
백암산 등어리에 땅거미 내려앉고
초병은 군화끈 질끈 동여 이 어둠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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