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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기질 - 김녹촌
우리 집엔
소도 경운기도 없어서
어머니가 소가 되어
고추밭에 골을 탄다.
형님은 군에 가고
일손이 모자라
남보다 고추 모종이 늦어지자
답답해진 어머니.
남이 볼세라
머릿수건 푹 눌러쓰고
어깨에 멍에 걸어
소처럼 말없이 끙끙
쟁기 끌고 나가면,
아버지는 애처로워
이랴 이랴 소리도 못하고
그저 느릿느릿
쟁기만 밀고 나갈 뿐.
대대로 농사지어도
논밭도 적고
일손도 모자라
항상 가난을 벗지 못하는
우리 집.
밥짓고 빨래하고
안살림 살기만도 한짐인데
소가 되어
고된 일까지도 해야 하는
우리 어머니......
내가 어서 커서
의젓한 농부가 되어
소도 사고
경운기도 사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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