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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꽃봉오리 피는 것은 - 이원수
눈 얼음에 덮였던 북향 뜨락에서
겨울을 난 개나리 가지에
꽃봉오리 일제히 트는 것은
우리 눈을 즐겁게 하려는
그런 뜻에서가 아니었다.
봄마다 우린 너를 반겨했지만
개나리 네 가슴엔
더 큰 벅찬 것이 있었던 것을......
그 모진 추위
더구나 찬 밤 얼음 속에 서서
너는 불켜진 따순 방 유리창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울었을 게다.
"살자, 살자, 살자!"고
마음속에 힘주어 다짐하면서.
소한 대한 다 겪은 다음,
아이들 새 옷 입고 학교 갈 무렵,
네 꽃봉오리 일제히 트는 것은
모진 것 이겨낸 승리의 부르짖음!
입 벌리는 네 꽃송이들은
못 참을 우렁찬 환희의 고함소리.
환한 햇볕 같은 승리의 노랫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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