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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가 도깨비 살던 터를
밀어낸 거죠.
그 바람에 아기도깨비
발가락을 다쳤어요.
도깨비네 식구, 이젠
아파트 지하실에 숨어 살아요.
"아빠 아빠 배고파
떡볶이 먹고 싶어."
아기 도깨비가 졸라요.
"나도 배고프다.
요술방망이까지 고장이구나."
"약도 사다 발라야죠.
아야!"
불쌍한 도깨비.
아파트는 고향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시달린 적이 있
다. 태어나 산 곳이 고향이니까 아파트도 고향이 되긴 할 것이
다. 그러나 오래 살 것 같지 않은 집, 곧 옮겨가거나 다시 짓게
될 것 같은 집이 어떻게 고향이 될 수 있을까? 고향이 없는 사
람은 정든 물건이며 이웃들에게 금세 무심해져 버리고, 추억
도 허공을 떠돌게 된다. 아파트에 사는 애들은 집에 도깨비 같
은 게 산다는 상상을 해볼 수도 없다. 아이들의 상상 그림에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도깨비 얘기를 하려니, 요즘 이야기꾼들
은 참 힘들다. 박덕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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