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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園丁) 타고르 /유영 옮김
“아, 신이시여, 저녁 때가 다가오나이다. 당신의 머리가 희어지는구려.
당신은 외로운 명상 속에서 저 내세(來世)의 소식을 듣나이까?”
시인은 이렇게 말하였다.
“저녁 때입니다. 나는 비록 때가 늦기는 하였지만,
마을에서 누가 부를지도 모르는 까닭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참이오.
행여 길잃은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면, 두 쌍의 열렬한 눈이 자기들의 침묵을 깨뜨리고,
이야기해 줄 음악을 간청하지나 않나 하고 지켜 보는 참이올시다.
행여 내가 인생의 기슭에 앉아 죽음과 내세(來世)를 관조(觀照)한다면,
열정의 노래를 엮을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
초저녁 별이 사라집니다.
화장(火葬)연료의 불꽃이 고요한 강가에서 가늘게 사라져 갑니다.
기진한 달 빛 속 외딴 집 뜰에서 승냥이들이 소리를 합쳐 웁니다.
행여 고향을 등지고 떠돌아다니는 이가 여기 와서 밤을 지키고 있어,
머리를 숙이고 어둠속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때,
내가 문을 닫고 인간의 굴레로부터 해방되고자 애쓰고 있다면,
그 나그네 귀에다 인생의 비밀을 속삭일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내 머리가 희어지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올시다.
나는 이 마을의 젊은이 중에서도 가장 젊고,
또 늙은이 중에서도 가장 늙은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은 상냥하고도 순진한 미소를 띱니다.
또 어떤 사람은 교활하게 눈짓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햇빛에 눈물이 솟아오르고,
또 어떤 사람은 어둠 속에 숨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들은 모두 다 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세에 대하여 생각할 시간의 여유가 없습니다.
내 나이는 다른 사람과 동갑입니다. 내 머리가 희어진들 어떠하리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