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게 바치는 송가(頌歌) - 네루다
아침마다 너는 기다린다.
옷이여, 의자 위에서
나의 허영과 나의 사랑과
나의 희망, 나의 육체로
너를 채워 주길 기다린다.
거의 꿈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물을 하직하고
너의 소매 끝으로 들어간다.
나의 발은 너의
발의 빈 구멍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나는 너의 지칠 줄 모르는 성실성에 힘입어
목장의 풀을 밟으러 나온다.
나는 시 속으로 들어간다.
창문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남자들, 여자들
사실들과 싸움들이
나를 이루어 간다.
나와 맞서서
나의 손을 만들고
나의 눈을 뜨게 하고
나의 입이 닳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옷이여
나도 너를 이루어 간다.
너의 팔꿈치를 빼고
너의 실을 끊고
그렇게 해서 너의 일생은 나의 일생의 모습으로 성장해 간다.
바람에
나부끼고 소리를 낸다.
나의 영혼처럼.
불행한 순간에는 넌 나의 뼈에 붙는다, 밤이면 텅 비는 나의 뼈
어둠과 꿈이 도깨비 모습을 하고
너의 날개와 나의 날개를 가득 채운다.
나는 어느 날
어느 적의
총알 하나가
네게 나의 핏자국을 남기지 않을까
걱정해 본다.
또 어쩌면
일은 그렇게 극적으로 벌어지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네가 차차 병이 들어가리라는 생각도 해 본다.
옷이여
너는 나와 함께
늙어 가며
나와 나의 몸과 함께
같이 살다가 같이 땅 속으로
들어가리라.
그래서
날마다
나는 네게 인사를 한다.
정중하게. 그러면 또 너는
나를 껴안고 나는 너를 잊어도 좋다.
우리는 결국 하나니까.
밤이면 너와 나는
바람에 맞서는 동지일 것이고
거리에서나 싸움터에서나
어쩌면 어쩌면 언젠가 움직이지 않는
한 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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