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20-겸손과 오만 - 김초혜(1943∼ )
언제나
남보다 앞서기를 좋아하고
계획한 일은 초과 달성해야 하고
완벽한 집념을 가진
까타로운 성미는
마침내
허리를 휘게 해
편한 걸음을 포기하게 했습니다
한 달만 치료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고
조금치도 염려 말라는
지압사는
내 자만심이
허리를 휘게 한 것도 모르고
기를 넣어서 바로잡으면
힘있게 걸을 수 있다고
쉬이 약속합니다
그러나
지압사의 치료가 아니고
뿔을 세운 사람 속에서
내 뿔을 먼저 자르고
마음을 낮게 가져야
휘어진 허리를 펼 수 있기에
괴로워 설레입니다
여간해선 ‘일중독’을 인정하지 않다가도 고개를 끄덕일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휴가가 주어지거나 몸이 고장 났을 경우. 일중독자에게 휴가는 선물이 아니라 고문이었습니다. 입원이 휴가였지요. ‘언제나’는 ‘마침내’가 됩니다. ‘언제나’ 일밖에 모르던 일중독자 출신들이 오늘도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맵니다. 자기 마음을 장악하지 못한 그들이 각자, 혼자서 맞이할 ‘마침내’가 걱정입니다. 마침내 ‘일할 권리가 인권’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