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은 전화선을 타고 온다 - 함성호(1963∼ )
자장면 왔습니다
자장면집 배달원이 자장면을 가지고 왔다
거기 놓으세요
가장 어린 직원이 신문지를 편다
야근을 자장면 먹듯이 하는 때
우리는 둘러앉아 자장면을 먹는다
만사천원입니다
덤으로 튀김만두도 가져온 배달원은
빈 철가방을 들고 나갔다
우리는 자장면을 먹으며
자장면집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다
어느 집이나 다쿠앙의 맛은 다 비슷하고
배달 오토바이의 종류도 다 비슷하다
우리는 자장면을 먹으며
비닐랩이 없던 시절에도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그 초절 기교의 배달원들을 생각했다
그때도 자장면집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장면을 다 먹고 빈 그릇을 복도에 내놓으면
언제 와서 가져가는지 모르는
과연 그 자장면집은 어디인가?
전화를 걸어
“자장면”
하면, 오는
말이 이루어지는
전화 한 통화로 거의 모든 것이 이뤄진다. 최근에는 애완견도 데리고 가서 치료한 다음 다시 데려다 준다. 여기에 인터넷, 홈쇼핑까지 가세했으니, 바빠진 것은 유통회사다. 가까우면 배달이고 멀면 택배다. 그러나 생산지(자)가 보이지 않는다. 음식점 위치를 궁금해 하다 보면, 먼 대륙에서 거둔 곡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그 멀고 다양한 ‘경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 식탁에는 늘 지구가 올라온다. 우리의 미래가 다 우리 몸에서 나간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