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 정끝별(1964~ )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저녁을 놓치면 썰물이 들어 포구에 닿지 못할 뻔했던 모양이다. 배가 작업복을 벗는 것은 닻을 내리는 것이다. 배도 쉴 때는 지구에 자신을 비끄러맨다. 휴식이란 몸을 지구에, 땅에 가장 많이 대는 것이다. 노동은 수직이고, 휴식은 수평이다. 낮에는 서 있어야 하고 저녁에는 누워야 한다. 저녁에 돌아갈 수 있는, 아니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면, 아직은 살 만하다고 말해도 좋다.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으며 위로의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내일도 살아갈 수 있다. 우리의 일터가, 우리의 유일한 밥줄이 삼각파도가 아가리를 쩍쩍 벌리는 저 난바다라고 할지라도.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