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2 - 김형영(1944~ )
웃어보려 해도
웃어보려 해도
웃음이 나오지 않아
거울 앞에 와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얼굴이여
평생이 한꺼번에
부끄럽구나
거울을 바라보며, 그러니까 자기 얼굴을 보며 웃음을 짓는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것이다. 거울을 마주 보며, 삿대질을 한 적이 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웃는 적이 거의 없다. 자기애(自己愛)를 배우지 못한 세대가 있다. 소풍 가는 날이면 비가 오고, 내가 응원하면 지고, 내가 찍으면 떨어지고, 내가 사랑하면 도망가고… 자기애가 없는 자존심은 악이다, 사회악이다. 살아온 날 가운데 최고였던 그날을 떠올리며 웃고, 살아갈 날 가운데 최고일 그날을 떠올리며 웃자. 거울 앞에서 매일 두 번씩 웃자. 나를 위하여 하루에 두 번씩 웃자.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