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 유재영(1948~ )
세들어 살던 떡갈나무 숲을 비우고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오소리 가족이 있다
지난 밤 먹을 것을 구하러 인가 가까이 갔던
막내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힐끗 뒤돌아본 떡갈나무 숲에는
벌써 흰 눈이 쌓이고 있었다
은 스푼 같은 달이 뜨는 곳,
먹이를 구하러 갔던 막내는 덫에 걸렸거나 쥐약 먹고 죽은 쥐를 먹고 잘못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새벽길을 과속으로 달리던 차에 치였거나. 오소리 가족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정든 셋집을 떠난다. 겨울날 식량 걱정만으로도 무거운데, 막내 생각에 오소리 가족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겨우내 막내가 눈에 밟혀 더 춥고 배고플 것이다. 얼마나 주렸으면 초승달이 은 스푼처럼 보였을까. 아니다. 오소리 식구들이 먼저 하늘로 간 막내를 위해 하늘 한쪽에 걸어 놓은 거다. 저 은 스푼은 배고파 죽은 막내 거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