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을 읽는다 - 유용주(1960∼ )
파도 드높은 세상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물 이용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물결을 잘 타야 하는 법인데
우선 힘을 빼고 물에 가만히 내맡기면 된다
(힘이 들어가면 가라앉는다)
몸 전체 고루고루 힘이 퍼지게 하는 것이다
한 곳으로 힘을 집중하면 금방 균형을 잃게 된다
(허우적대면 더 빠진다)
아기가 엄마 등에 기대듯
물에 기대면 물 속을 읽을 수 있다
힘을 뺀다는 생각까지도 없애버리는 것이다
(들고 나서는 일도
들이쉴 대 들이쉬고 내뱉을 때 내쉬어야지
내뱉을 때 들이키고 들이쉴 때 내뿜으면 물 먹는다!)
전신을 물결에 맡기고
때리는 게 아니라 어루만지며 나가야 한다
물살을 찢는 게 아니라 기우면서 나아가야 오래 간다
아기가 어머니 뱃속에 누워 손을 꼬물락거리면서 배를 차듯
툭툭 물을 차다보면
어느덧 세상 저편에 닿아 있으리라
캄캄하면서도 밝은 출구가 드디어 보인다
늦게야 눈이 트인다
처세술이라는 말을 자주 곱씹는다. ‘~하는 기술’ ‘~하는 법’이 붙으면 가짜라는 생각이 들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무조건 마음가짐을 윗길로 보는 정신우선주의가 삼각파도 앞에서 매번 물을 뒤집어쓰게 했다. 나쁜 정신주의는 길을 막고, 좋은 처세술은 길을 일러준다. 처세의 본뜻이 살아나야 한다. 처세는 처세(處世)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