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사를 낳았다’ - 이선영(1964∼ )
내가 천사를 낳았다
배고프다고 울고
잠이 온다고 울고
안아달라고 우는
천사, 배부르면 행복하고
안아주면 그게 행복의 다인
천사, 두 눈을 말똥말똥
아무 생각 하지 않는
천사
누워있는 이불이 새것이건 아니건
이불을 펼쳐놓은 방이 넓건 좁건
방을 담은 집이 크건 작건
아무것도 탓할 줄 모르는
천사
내 속에서 천사가 나왔다
내게 남은 것은 시커멓게 가라앉은 악의 찌끄러기뿐이다.
갓난 아가의 마음은 얼마나 참된가. 툭 열려 있는가. 우선 셈이 없다. 뒤 춤도, 비상금도, 도장도, 돈을 차곡차곡 넣어두는 통장도, 아파트도 없다. 오직 그때 그때의 마음만을 쓴다. 좋으면 웃고 싫으면 바로 울고마는 마음만을 쓴다. 정직한 마음만을 쓴다. 슬그머니라는 말을, 눙친다는 말을, 서먹서먹하다는 말을, 그럭저럭이라는 말을 모른다. 말똥말똥한 눈에서 울음이 쏟아지다가도 뚝 멎는다. 역시 참되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