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정희성(1945~ )
어머니가 떠난 자리에
어머니가 벗어놓은 그림자만 남아있다
저승으로 거처를 옮기신 지 2년인데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이 보낸
체납 주민세 납부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화곡동 어디 자식들 몰래 살아 계신가 싶어
가슴이 마구 뛰었다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우연처럼 불쑥불쑥 빈자리 생각이 날 때가 많다. 빈자리 생각은 그렇게 느닷없다. 돌아가신 어머니 이름 앞으로 체납 주민세 납부 청구서가 난데없이 배달되듯이. 이 착한 아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행여나 했을까. 찬물이라도 한 사발 들이켰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가슴이 무너졌을까. 캄캄절벽이었을까. 이런 날은 손 놓고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