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복효근(1962 ~ )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나
부럽다. 이런 맑은 사랑이 있을까.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은 사람이 있을까. 그처럼 뒤가 말끔한 사랑이 있을까. 그런 사랑이 당신의 마음에 다녀간 적 있는가. 그러나 부러운가. 헌 이불을 친친 말아 덮고 늦잠 자는 사랑도 좋다. 아침마다 어린아이처럼 잠투정하는 당신도 좋다. 눈곱 낀 눈을 겨우 비벼 뜨며 나를 처음 맞이하는, 칭얼거리는 당신이어도 나는 좋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