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남풍경'- 박판식(1973~ )
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 상인은
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
아직 새도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
새끼는 눈도 뜨지 못한 채 거꾸로 누워 구름처럼 둥둥 떠가고
이것은 세상의 모든 풍경이다. 어미는 새 생명의 태(胎)를 품고 달을 채운다. 달이 찰수록 어미의 몸은 둥글어진다. 세상이 어미를 후려칠 때조차 어미는 제 몸으로 큰 울을 만든다. 새끼는 끝내 그 울 안이 '슬픈 평화'의 처소였음을 기억하지 못하겠지. 다시는 그 품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