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방 한칸 - 최금진
다이얼을 돌리다 말고 땡그랑, 백원짜리 동전처럼 떨어지는 사람들 이름을 그는 잃어버린다
시간도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자정 길 위의 모든 전화부스엔 손님이 끊겼을 것이나 머리통에 환하게 불 켜진 채 갈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은 칸칸이 유리문 닫고 담배를 피운다
하늘 꼭대기에서 보면 어둠속 전화부스는 이름 없는 사내들의 별자리 담뱃불처럼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얼굴을 마침내 제 품속에 문질러 꺼버리고는 그는 쭈그리고 앉는다 수화기에 대고 텅 빈 노래를 불러본다 이따금 술취한 이들과 눈 마주치지만 교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밤이면 길은 저절로 끊어진다 나 여기 다녀간다, 여기서 하룻밤 살았다, 중얼거리며 그는 눈물 같은 건 흘리지 않는다 수화기를 꼭 붙들고 그는 혼자 통화중이다 아무도 그의 전화를 받지 못한다
어둠이 끌고 올라가는 지상의 방 한칸 속에 그가 환하게 불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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