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편' - 천양희(1942~ )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뒤편을 볼 줄 아는 사람은 넉넉한 사람이다. 넉넉한 사람은 고통을 몸소 참고 견딘 사람이다. 자신의 뒤란으로 돌아가 본 사람이다. 뒤란에서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모으고 울어 본 사람이다. 뒤편에는 숭고도 있고 남루도 있다.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일은 뒤편을 감싸안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뒤편에 슬픈 것이 많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마치 비 오기 전 마당을 쓸 듯 그의 뒤로 돌아가 뒷마당을 정갈하게 쓸어주는 일이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