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 - 천양희(1942~ )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고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엄마 친구의 수다를 지켜보던 딸이 말하더란다. 수다의 반은 먹는 얘기, 반은 다이어트 얘기더라고. 그래도 식탐과 체중 조절의 수다는 행복한 것. 먹어도 허기지고 안 먹어도 허기진 사랑 얘기엔 때로 아무 대책도 해답도 없다. 그저 사람 일도 반은 사랑, 반은 이별, 사랑의 삼한사온성 기후를 탄다는 걸 이해할 밖에.
김경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