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겨울강 - 최동호(1948~ )
겨울강은 모든 것을 튕겨버린다고
서운케 일기장에 썼던 것은 잘못이다.
겨울강이 얼어붙은 것은
제 몸속에 품고 있는 피라미 새끼와 물풀과 작은
돌멩이들을 세찬 바람으로부터 감싸기 위해서다.
수많은 봄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나는 몰랐다.
강가에서 튕겨져 나오는 돌만 바라보던 젊은 날에는
쾅쾅 얼어붙은 겨울강의 살 속을 흐르는
따뜻한 사랑의 숨소리 나 정말 알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낯선 사람한테도 잘 웃는다. 서부개척시대에 거친 총잡이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 데서 생긴 습관이라고도 한다. 사랑을 거절하고 튕겨내기만 하는 것 같은 얼음장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실은 사랑을 지나치게 겁내고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인 게 아닐까. 누구보다 사랑을 열렬히 갈구하는 여린 겁쟁이들이 ….
김경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