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탑을 줍다 - 유안진 (1941~ )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10원짜리 동전은 쉽게 주우려 하지 않는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공짜나 횡재를 탐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시를 읽고 나서는 달리 생각되었다. 가장 적은 삶에 바로 부처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