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집의 하루 - 김용택(1948~ )
아침밥 먹고
또 밥 먹는다
문 열고 마루에 나가
숟가락 들고 서서
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
방에 들어와
또
밥 먹는다
살면서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얼마나 여유 있고 행복한 시간인가. 책을 보다가 내리는 눈을 보다가, 라면이라도 한 그릇 끓여 먹다가, 잠깐 잠을 자다가, 방문을 열고 또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가, 보고 싶은 사람한테 전화 한번 걸고, 또 하염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다가 잠이 드는, 그런 날이 단 하루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