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 이면우(1951~ )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 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 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어린아이의 마음이 아니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듯이 때때로 어린아이의 마음이 아니면 시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빵이 안 팔려 우울해하는 엄마.아빠를 위해 초등학생 어린 아들이 써서 유리창에 붙인 이 시는 천사의 시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