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타지마할 - 서영미
- 밀랍인형의 초상화
여인의 뜨거운 미소가 등을 보였다. 나는 언젠가부터 누군가에게서 등을 돌린다는 것은 위험한 분노로 진화하거나, 때론 치명적인 그리움으로 변신한다는 것을 알았다.
애증이란 나에겐 매듭이 아니라 질긴 밧줄이었으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여 시간에 갇힌 뭄타즈마할의 노래처럼* 영혼의 밧줄에 마술을 걸어 당신을 가두려하였다.
다가가려할수록 미세한 조각으로 깨어지며 더욱 아득해지는 궁으로 여인의 빛나는 슬픔을 훔치러 다녔다.
타인이 되어 액자 속으로 걸어 들어간 여인의 표정은 담담했다. 노여운 그리움으로 늙어가는 나를 혐오하듯 밀랍인형의 창은 불빛이 밝았다.
어둠을 뚫고 눈뜬 것들은 별을 모방한 나의 시선뿐, 꺼지지 않는 밤을 지키며 빛을 삼키는 당신의 투명한 궁에선 하얀 대리석 동상의 그늘이 만들어지고 있다.
늦은 후회가 있어 시간 속에 묻은 천년의 사랑은 더욱 빛날 것이나 이젠 손을 놓아야할 사람 앞에서, 나는 아그라의 언덕에 쌓아 올린 성벽처럼 강건하게 그대의 무덤으로 낡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전쟁 같은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타고르의 시 타지마할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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