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꽃 피는 중 - 류외향
꽃 피는 시간은 길고 길었으나, 꽃들의 마음을 알지 못해 전 생애를 걸고 피는 꽃들을,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이 봄의 통증은 달을 헛짚어오는 월경처럼 어지러웠고, 저들이 이 세상의 허공에다 던진 아름답고 슬픈 투망에는 무엇이 건져질는지
발소리 삭인 채 다가와 앞질러 내달려가는 이 봄은 속수무책 피어나는 희망이어서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네 다만 우연이므로 이 봄에 내가 있는 것 그리고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 돌아보면 꽃들의 꽃진 자리뿐이었으니, 무엇을 이름하여 부를 수 있을는지
지금은 청량하게 눈 씻는 중 봄이 꽃피는 시간을 말갛게 바라보는 중 그리고 저 만개한 우연처럼 그대 내게 들키지 않으며 오고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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