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철교 위에서' 이승철(1958~ )
2만5천 볼트의 전류를 기운차게 뿜어내며
2호선 전동차가 바람을 헤치며 돌진한다.
당산철교 밑으로 푸르딩딩한 강물이 떠가고
당인리 발전소 저 켠 치솟는 굴뚝연기들이
사쿠라꽃처럼 화들짝 꿈틀거리고 있다.
나는 일순, 덜컹이다가 쓰라린 공복을 어루만졌다.
나는 지금 한 마리 낙타로
인생이라는 신기루를
무사히, 잘, 건너가고, 있는가?
인생의 사막을 걸어가는 한 마리 낙타가 어찌 그만의 생의 표상이겠는가.
모래로 지어진 거대 도시 속을 주어진 트랙만을 고집하는 경주마처럼 순
환 반복하다가 죽어서야 한 줌 부토로 귀환할 수 있는 현대인의 불모적
생의 비극을, 시인은 비감 어린 격정의 어조로 울혈 쏟듯 토해내고 있다.
시인들의 전언처럼 순대 속 내용물이 되어 혹은 한 개의 거대한 햄버거
속 양념처럼 지옥철에 올라탄 사람들의 운명이 한 줄에 꿴 북어처럼 보인다.
이재무 <시인>
이재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