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 또는 술통' 송수권(1940~ )
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
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
바퀴살이 술을 튀긴다
자갈들이 한 치씩 뛰어 술통을 넘는다
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
시골길이 술을 마신다
비틀거린다
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
주모가 나와 섰다
술퉁들이 뛰어내린다
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유년의 신작로. 버스가 지나고 난 뒤 뽀얀 먼지 속을 달려오는 힘찬 자전거들이 있었다.
짐받이뿐만 아니라 고리를 해서 짐받이 양쪽에 술통을 매달고 더운 숨 '헉헉' 몰아쉬며
페달을 밟아대는 삼두박근의 사내들. 자갈길에 술통들이 뛰고, 통 밖 빠져나온 술을 바
퀴살이 튀긴다. 술 취한 신작로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벌개진 얼굴로 비틀거리고, 그 길
로 늦은 밤 술취한 아비가 한 손에 든 간 고등어를 흔들, 건들거리며 돌아오고 있었다.
이재무<시인>
이재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