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 - 김신영
척박한 땅을 밀어올리며 영양을 섭취하였다
엽록소 없는 구차한 기생으로 나의 생존을 이루어간다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균류의 일종으로 살아가는
내 치졸하고 왕성한 분해 능력을 그대 혹시 보았는가
낙엽과 땅과 그대의 생살,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나무를 무너뜨리고 땅을 갉아먹고
그대를 불태우는, 그대가 모르는 나의 뒷면
비가 오나 해가 비치나 사람들 모르게
세상을 변절시키는 것이 내 생이라면
그대 내게서 멀리 떠나 내가 없는 곳에 살라
내 화려한 망사나 필수 비타민보다 질긴 생존 능력을,
그리고 나의 균사, 뻗어나가 숲을 침식시키는 부당함을
강력하게 논하여다오
나의 자실체 공간을 배회하지 못하도록,
나를 겨울 같은 눈 속에 가두어다오
아니아니 저 건조한 사하라 사막에,
티벳의 고원에 나를 두어
사방에 뻗어가는 나의 썩음증
나의 물질 분해 끝이 나도록
거듭되는 순환의 고리 끊어다오
큰 나무도 단순히 부후* 일으키는 죽음의 나락
왕성한 나무의 니그린 제로로스,
헤민 제로로스를 힘없이 부수어내는,
너의 인대 백색 갈색으로 우주의 숲에 쓰러뜨리는 이 망할 것
나의 이율배반, 녹아내릴 것 같은 운명의 비는 유기물 형성하고
산소를 부르고 나의 생명을 부르고 그만 또 너의 호흡을 부른다
고요한 아침마다의 부후, 나의 정원, 화려한 망사.
*부후 : 버섯이 일으키는 썩음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