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이 가고 오는 길목에서 - 전순영
가랑잎이 듯 언니를 소각로 속으로 밀어넣고
나는 그 밑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내 오른 팔이 잘려나갔는데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내 손이 밥을 이렇게 잘 퍼 나르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내 입이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것일까?
검은 구름 떼가 언니를 싣고 간다
잘가 언니!
언니가 가는 그곳에는 방울토마토처럼 매달린 가난도
평생 속을 썩이는 아들도 소처럼 멍에를 지우고 말처럼 수레를 끌리던
남편도 없는, 그곳으로 훨훨 날아서 어 여 가
나 역시 내일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제의 나로 돌아갈 거야
언니 아무도 동행해주지 않은 길 혼자 가
내가 흔들릴 때 말없이 등을 내어주던
계곡으로 떨어졌을 때 몸을 던져 손 내밀어주던 나의 오른팔
박하사탕처럼 싸하게 번져오는 이 빈 가슴을
어떻게 해
앏은 이 겨울 햇볕에다 나를 널어볼까
겨울 바다에 가서 날려 보낼까
나 어떻게 해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