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바다는 덩어리째 익어간다
어둠에 기대어 단단해진 물결
바다를 끌고 가는 길이 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너울이 보인다
물빛으로 제 몸의 뿌리 키워내는 바다
맨발로 저 캄캄해진 물위를 지나
네 곁에 기도처럼 눕고 싶기도 했다
마음이 수평선 밖으로 끌려 나간다
막배 고동소리가 오래 묵은 환청 같다
손가락으로 천천히 뱃길을 따라 가다
맨살에 비밀을 입은 바다
깨지지 않는 적막
너에게서 온 것들 너에게로 돌아가는 때
저 혼자 일어섰다 사라지는
소실점 밖 현실이다
詩/손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