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1956~ ), '고양이는 민들레와 희롱할 때 잡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일은 여태까지 일어나지 않았는데 가장 좋은 일이 일어났다면
나는 고양이
그대는 민들레 대궁, 민들레 꽃
그대가 고양이면 내가 민들레 대궁, 민들레 꽃
고양이는 민들레를 툭툭 치고
민들레는 툭툭 맞는 민들레
고양이와 민들레가 희롱하는 것
잡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
고양이는 민들레와 희롱할 때 잡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고통도 잡념도 없이 민들레나 고양이가 된다면 그것은 두 번째로 좋은 일.
언제나 첫 번째 좋은 일은 미뤄져 그 다음만을 선택하고 생각하고.
집착은 늘 첫 번째를 비우고. 무념무상(無念無想)은 멀고, 또다시 무엇인가
선택해야만 하는 오늘.
박상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