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익(1942~ ), '봄날에 1'
봄에는
혼자서는 외롭다, 둘이라야 한다, 혹은
둘 이상이라야 한다.
물은 물끼리 흐르고
꽃은 꽃끼리 피어나고
하늘에 구름은 구름끼리 흐르는데
자꾸만 부푸는 피를 안고
혼자서 어떻게 사나, 이 찬란한 봄날
가슴이 터져서 어떻게 사나.
그대는 물 건너
아득한 섬으로만 떠 있는데……
3월의 마지막.
가슴에 품은 간절함이 봄빛처럼 다가와 묵은 내 어깨를 감싸는 그날이 오늘일까.
아니면 내일일까. 내 못남, 내 고독, 내 수줍음도 다 터뜨려버릴,
모든 것이 멈춰도 홀도 되어도 두렵지 않을 그런 봄날은 이미 가버렸을까.
박상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