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1939~ ) '그 여자의 울음은 내 귀를 지나서도 변함없이 울음의 왕국에 있다'
나는 그 여자가 혼자
있을 때도 울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혼자 있을 때 그 여자의
울음을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여자의 울음을 끝까지
자기의 것이고 자기의 왕국임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그러나 그 여자의 울음을 듣는
내 귀를 사랑한다
그녀가 말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시를 좋아하세요?
저는 싫어요. 내 생각을 다 빼앗는 것 같아요.
모든 존재를 다 지우고 나 혼자만 외딴 곳에 남겨진 것 같아요.
시인은 늘 딴 생각만 해요. 외딴 섬 같은.
저는 매일 딴 생각에 빠지지도 않는 데 자주 길을 잃어요.
그래서 걱정이지요. 당신도 그렇지요? "
내가 말한다. "그래도 브람스를 좋아하지요? 그런 당신에게 몰입할 수 있지요?"
박상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