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1970~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전문
모래밭 위의 무수한 화살표들,
앞으로 걸어간 것 같은데
끝없이 뒤쪽을 향하여 있다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드센 바람 속을
뒷걸음질치며 나아가는 힘, 저 힘으로
새들은 날개를 펴는가
제 몸의 시윗줄을 끌어당겨
가뜬히 지상으로 떠오르는가
따라가던 물새발자국
끊어진 곳쯤에서 우둑하니 파도에 잠긴다
시인은 가뜬히 날아오르는 물새가 아니라 '뒷걸음질치며 나아가는 힘'에 주목한다.
그 힘은 물새의 몸에 '뒤쪽을 향하여 있는 화살 같은 발'로 새겨져 있다. 날아오르
기 전 물새의 날개는 활시위의 팽팽하고 고요한 뒷걸음질. 그 내공이 터지는 순간,
물새는 날아오르는 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몸은 이미 공중에 높이 떠있게 된다.
김기택<시인>
김기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