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13,674 추천 수 4 댓글 0
최승자(1952~ ), 「고통의 춤」 전문
바람이 독점한 세상.
저 드센 바람 함대,
등 푸른 식인 상어떼.
반사적으로 부풀어오르는 내 방광.
오늘 밤의 싸움은 팽팽하다.
나는 그것을 예감한다.
그리하여 이제 휘황한
고통의 춤은 시작되고,
슬픔이여 보라,
네 리듬에 맞추어
내가 춤을 추느니
이 유연한 팔과 다리,
평생토록 내 몸이
얼마나 잘
네 리듬에 길들여졌느냐.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 올 때, 시인은 그것을 거스르지 않는다.
쉽사리 희망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시인은 오히려 다른 시에서 <희망은 감옥>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시인은 제 몸을 슬픔에게 내주어, 슬픔이 제 팔다리인 양 마음껏 춤을 추도록 내버려둔다.
아내를 역신에게 빼앗기고도 춤을 춘 처용처럼,
시인은 제 팔다리가 슬픔에게 빼앗긴 것을 보고도 기꺼이 그의 리듬에 맞추어 유연하게 춤을 춘다.
김기택<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543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98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328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554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61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90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8,004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96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63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47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906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508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9,012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908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89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621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63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225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812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777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61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707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3,012 | 2006.09.05 |
3908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41 | 2006.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