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1919~2004 ) '강' 연작 중에서
바람도 없는 강이
몹시도 설렌다
고요한 시간에
마음의 밑둥부터가
흔들려 온다
무상(無常)도 우리를 울리지만
안온(安穩)도 이렇듯 역겨운 것인가?
우리가 사는 게 이미 파문(波紋)이듯이
강은 크고 작은 물살을 짓는다
강을 고요한 시간에 응시할 때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될 것이고,
무상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무상함이 우리를 울리지만 그렇다고
그 무상함에 삶을 기댄다면 삶의 깨달음 또한 무상할 수밖에 없다.
'바람도 없는 강이/몹시도 설렌다'는 1연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 설렘이 곧 무상과 안온함을 무상하지 않게 하고 안온함이 안온하
지 않도록 시인의 마음 작용을 일깨우고 있다.
송수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