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끝별(1964~ ) '밀물' 전문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 응, 바다가 잠잠해서'라는 이 구문은 마치 돌아온 탕자(아들)와
어머니의 민간화법에서 곧잘 찾아볼 수 있는 인생역정 같지 않은가? 그러므로 '가까스로'
라는 말은 상투적으로 비유된 두 배의 이미지보다 선행 이미지다.
이 숨결을 읽을 줄 아는 것이 또한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고 시읽기의 즐거움이다. 특히
'벗은 두 배(船) / 나란히 누워 있는 두 배(腹)'로 연결되어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댐으로
써 파란만장한 부부애의 극치로 이끌어낸 점이 마이너스 상상력을 더해준다.
송수권<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426 | 2023.12.30 |
393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1~4) - 이해인 | 風文 | 281 | 2024.11.08 |
3929 |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 風文 | 222 | 2024.11.08 |
3928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 風文 | 718 | 2024.11.08 |
3927 | 양지쪽 - 윤동주 | 風文 | 246 | 2024.11.08 |
3926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6~9) - 이해인 | 風文 | 257 | 2024.11.06 |
3925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 風文 | 316 | 2024.11.06 |
3924 |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 風文 | 240 | 2024.11.06 |
3923 | 산상 - 윤동주 | 風文 | 216 | 2024.11.06 |
3922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1~5) - 이해인 | 風文 | 133 | 2024.11.04 |
3921 | 사랑 - 이해인 | 風文 | 207 | 2024.11.04 |
3920 | 파리와 더불어 - 김수영 | 風文 | 152 | 2024.11.04 |
3919 | 닭 - 윤동주 | 風文 | 172 | 2024.11.04 |
3918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8~21) - 이해인 | 風文 | 689 | 2024.11.01 |
3917 | 비 갠 아침 - 이해인 | 風文 | 641 | 2024.11.01 |
3916 | 미스터 리에게 - 김수영 | 風文 | 144 | 2024.11.01 |
3915 | 가슴 2 - 윤동주 | 風文 | 173 | 2024.11.01 |
3914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 風文 | 710 | 2024.10.28 |
3913 | 비밀 - 이해인 | 風文 | 206 | 2024.10.28 |
3912 | 凍夜(동야) - 김수영 | 風文 | 242 | 2024.10.28 |
3911 | 가슴 1 - 윤동주 | 風文 | 172 | 2024.10.28 |
391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7~12) - 이해인 | 風文 | 206 | 2024.10.25 |
3909 | 부르심 - 이해인 | 風文 | 199 | 2024.10.25 |
3908 | 싸리꽃 핀 벌판 - 김수영 | 風文 | 192 | 202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