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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1933~) '차령산맥' 전문
먼 산들을 좋아하지 말자
먼 산에는 거짓이 많다
시인이여
이제는 먼 산들을 좋아하지 말자
우리나라의 씨짐승인 시인이여
좀 더 가까운 볏단 걷은 들로
커다란 땅거미 속으로
우리에게 막아야 할 재난이 또 오고 있다.
이제까지의 오랜 오욕으로
어리석음으로 기뻐한 것들이
먼 산들이 되어 저물고 있다
태백산백의 오대산에서
치악 백운 서운산으로
천안의 작성 흑성산으로 저물고 있다
'나의 삶은 미풍에도 교조적이었다'고 술회한 고은의 시다.
그의 중요한 시적 모티브 가운데 하나가 산(山)이다. 여기
서 산은 민중의 실체로 해석되는 산이다. 이처럼 자연친화
적이거나 신성(神性)으로서 산을 대하는 전통적 방법과는
달리 현실 한복판으로 끌어낸 우뚝 선 산이다.
또한 풍류사의 산이 아니라 질곡된 민중의 역사 속에서 산
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그러므로 여기서 산은 역사
속의 진실 그 자체가 된다.
송수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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