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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1953~ ) '자작나무' 부분
숲 속에 자작나무는 전에는 그냥 평범한 나무였다
봄이 오면 새 잎을 피우고
가을이 오면 흰 가지로써 바람에 온몸을 내맡기는
뿌리에 온몸의 생명을 내려보내 부활의 시간을 기다리는
목숨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였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어느날 불멸의 환상을 품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질서를 믿기 시작했고
흰 몸과 푸른 잎들은 신의 마음으로 타고있는 불길임을 자각했다
흰 몸과 푸른 잎들이 불사조처럼 날아가
빛과 하나가 되는 존재임을 믿기 시작했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그 때부터 마음에 빛을 내기 시작했고
신의 모습을 본 모세처럼
숲의 운명을 나무들에게 빛의 침묵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평범과 비범이 나뉘는 것은 불멸에 대한 믿음에 있다고 이 시는 말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는 눈, 우리는 그것을 꿈이나 상상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알의 누에씨가 만 배로 자라 익은 누에가 되고 마침내
나비가 되는 과정에도 네 번의 꿈과 탈피가 필요하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왜소한 존재는 더 이상 꿈꾸지 않는 사람이다.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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