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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호기(1957- ), '바다 2'
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열린 그
거대한 눈에 내 눈을 맞췄다
눈을 보면 그
속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이었다
쉼없이 일렁이는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바다를 떠나고 나서야
눈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임을 알았다
바다를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의 눈이 그것을'풍경'으로 발견했기 때문이다.
찌든 눈과 마음을 산이나 바다의 가슴에 대고 수혈받을 기회마저 없다면, 어떻게 무미
건조한 나날을 견딜 수 있겠는가. 무한으로 열린 야생의 공간에서 울려나오는 음악,
그 잊혀졌던 파동을 되찾는 며칠의 휴가.
돌아오는 길에는 눈동자에 출렁거리는 바다도 담아오리라.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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