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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1927~ ), '성냥'
성냥갑 속에서
너무 오래 불붙기를 기다리다
늙어버린 성냥개비들,
유황 바른 머리를
화약지에 확 그어
일순간의 맞불 한 번
그 환희로
화형도 겁없이 환하게 환하게
몸 사루고 싶었음을
장마로 눅눅해진 방을 말리기 위해 군불을 지피려는 참이었다.
오랜만에 성냥을 찾아 열어보니 성냥갑 속에 붉은 유황을 바른
머리들이 빼곡했다. 어서 나를 태우라고 아우성치듯이. 그러나
성냥도, 불쏘시개도, 장작도 모두 눅눅해 쉽게 불이 붙지 않았
다. 성냥개비가 터뜨린 짧은 환희는 몇 번이나 매운 연기만 일
으키다 꺼져버렸다. 컴컴한 아궁이 속을 내 마음인 양 들여다
보며 다시 성냥개비를 집어들었다.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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