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송(1962~ ) '고향' 전문
그곳을 찾으면 어머니가 친정에 간 것 같다
갯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나서
겨울 햇살에 검은 비늘을 털어내는
갈대가 아름다운 곳
갈대들이 조금에 뜬 달 아래서
외가에 간 어머니가 끝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말하던 곳
둑을 넘어 농로에 흘러든 물에 고구마를 씻는 아낙의 손, 만지고 싶다
고향은 어머니와 동의어에 가깝지만, 이 시에서처럼 오늘날 고향은 어머니가 부재한 곳이 되어간다.
그 메울 수 없는 공백을 여윈 달과 마른 갈대들이 서걱거리며 말해주던 곳. 그러나 고향을 어떻게
기억하든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물으면 "고향으로"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떠나왔으나 매
순간 돌아가고 있는 근원적인 세계. 논물에 붉은 고구마를 씻어 건네는 그 손에게로.
나희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