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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1954~ ) '몸의 신비, 혹은 사랑' 부분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스스로 꿰매고 있다
의식이 환히 깨어 있든 잠들어 있든
헛것에 싸여 꿈꾸고 있든 아랑곳없이
보름이 넘도록 꿰매고 있다
몸은 손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몸은 손이 달려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중략)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자연스럽게 꿰매고 있다
금실도 금바늘도 안 보이지만
상처를 밤낮없이 튼튼하게 꿰매고 있는
이 몸의 신비, 혹은 사랑
한 겸손한 의사는 말했다. 4000가지가 넘는 질병 중 의사가 완전히 고칠 수 있는 병은 17가지에 불과하다고.
나머지는 몸이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라고. 의사가 환자를 가리지 않듯, 몸도 제 환부를 가리지
않는다. '구걸하던 손, 훔치던 손, 더러운 손'이라 할지라도 몸은 그 상처를 보이지 않는 바늘로 꿰매어 준다.
몸은 아픈 제 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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