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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1964~ ) '의자' 부분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중략)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하루 일과 중에서 의자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 얼마나 될까.
기술문명이 만들어낸 의자라는 물건은 우리에게서 걷거나
움직이는 행위를 점차 빼앗아간다. 그러나 시인이 보여주는
의자는 몸을 가두는 게 아니라 해방시킨다.
아픈 허리를 기대게 하고, 서로 붐비며 꽃 피우고 열매 맺게 한다.
높은 대리석 탑 위의 까치 둥지, 저 차가운 돌조차 누군가의 의자 아닌가.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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