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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1965~) '내 살던 옛집 지붕의 갸륵함에 대해서' 전문
나는 그 집 지붕의 갸륵함에 대해서
노래할 수 있을까
불임으로 엉킨 햇빛의 무게를
견디는, 때로는 고요 속에 눈과 코를 만들어
아래로 내려보내서는 서러운 허공중들도
감싸안는
그 집 지붕의 갸륵함에 대해서
클레멘타인을 부르던 시간들을 아코디언처럼
고스란히 들이마셨다가
계절이 지칠 때
꽃 피는 육신으로 다시 허밍하는
그 집 지붕의 단란한 처마들
나는 걸음에 젖어서
그 갸륵함에 대해서
겨울날 낙안읍성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새 이엉을 올린 샛노란 초가지붕들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아, 하는 탄성이 절로 스며나온다. 지붕들은 서로의 어깨를 주물
러주기도 하고 서로의 거친 발바닥을 두드려 주기도 하고 어젯밤 못다한 옛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지붕들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불로 인간의
모든 삶과 꿈을 덮어준다. 그 갸륵함의 깊이라니….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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