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11,478 추천 수 8 댓글 0
장옥관(1955~ ) '잃어버린 열쇠' 전문
누가 잃어버린 것일까
풀밭에 버려진 녹슨 열쇠
누가 이 초록을 열어보려 했던 것일까
누가 이 봉쇄수도원을 두드렸을까
차가운 촛농으로 잠근 오래된 사원
수런수런 연둣빛 입술들이 피워올리는 기도문
개미들이 땅과 하늘을 꿰매고 있다
아, 저기 호두껍질을 뒤집어쓴
사람이 걸어오고 있다
風病(풍병) 든 그의 암호, 누구도 열 수 없다
녹슨 열쇠는 그것으로 열 수 있던 한 세계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자연이라는 신전의 기둥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받아 적던 상징주
의자들처럼, 시인은 오늘도 닫힌 초록의 문 앞을 서성거린다.
바람이 불면 수런수런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개미들이 줄지어 가며 그 트더진 봉합선을 꿰매버린다. 그러니
어찌하랴. 호두껍질처럼 굳어버린 말을 안고 절룩절룩 걸어갈 수밖에.
나희덕<시인>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565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98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328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554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61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90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8,004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96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63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47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906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508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9,015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908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89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621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63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225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815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777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61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707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3,012 | 2006.09.05 |
3908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41 | 2006.09.07 |